본문 바로가기

소비예찬 (BRANDING STORY)

이솝 테싯, 그리고 휠,마라케시와의 선택지에 대해서

성인이 되면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다가 필수품이 되는 몇 가지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남자에게는 시계나 서류가방 등등이 있겠고, 여자에게는 탄탄한 핸드백과 좋은 구두 등이 제가 많이 봐았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각자의 세계관을 가진 남녀 친구들이 문득 성인이 된 후, 만나서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도무지 서로의 세계를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향수에 있어서는 굉장히 공통적인 느낌으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날이 제가 처음 향수를 구매한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모두가 사용하다보니 향수를 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샀던 향수에 취향이라고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었습니다. 향수를 쓴다는 그 사실 자체가 그날 멋을 낸다는 의미였고, 그날이 중요한 날임을 스스로에게 알리는 표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20대가 어느덧 흘러가고 서른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위의 것도 정답이고, 지금처럼 매일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향수의 역할이었습니다.

 

 

위의 제 성장처럼 향수 역시도 제 소지품의 중요한 포지션을 점점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솝이라는 호주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를 알게되었습니다. 보통 좋은 화장품들은 프랑스 지역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이미 기본 상식이었기 때문에 호주라는 브랜드에서 튀어나온 이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강했고, 그렇게 실험삼아 사용해 본 향수가 지금의 제 인생 향수가 되었습니다.

테싯,휠,마라케시 시향기

 

1. 테싯

먼저 테싯은 이솝의 3가지 향수 중에 가장 호불호가 적은 향수였습니다.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인데 이솝이라는 브랜드 특유의 과하지 않음이 향수에서 느껴진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향은 점점 부드럽고 편안해지며, 우디향 계열의 느낌도 은은하게 있습니다. 처음 입문이나 이솝 향수 선물을 고민하신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는 향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이 향수를 사용하면서 느낀점은 일상적인 물건이 왜 좋은 것이어야 하는지, 균형잡힌 물건들이 나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지에 대한 좋은 해답이 되었음에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2. 휠

휠은 이솝에서 말한대로 정말 일본의 숲을 생각나게 하는 향입니다. 그만큼 우디계열의 향이 강하고, 뭔가 자연친화적인 향이 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약간 어른들이 좋아하실 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 너무 많은 지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아 강력한 호불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사용했을 때 특유의 숲향이 있긴 한데, 이런 향은 다른 브랜드에서 너무 많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이기에 개인적으로는 휠보다는 테싯을 추천합니다.

 

 

3.마라케시

이솝 향 중에 가장 호불호가 강한 향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향수는 탄생 자체가 사실 호불호를 내포하고 있는 향수입니다.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 도시의 향신료와 주변 사막에서 보이는 강렬한 컬러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향수로 탄생 비화 자체가 굉장히 쎈 느낌이고 실제로 향을 뿌렸을 때 저는 극불호였는데, 역으로 강력하게 호감을 표하는 분들이 많은 향이라 무작정 배척하기는 참 애매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솝 자체가 평균적 동의보다 소수의 공감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기에 이 향수 역시 참 이솝에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